2022년 3월 24일, 대통령의 석방과 귀가 : 박근혜 회고록

2021년 12월 30일 밤 11시, 서울 구치소장이 사면장을 가지고 병실을 방문했어요. 유영하 변호사가 대신 사면장을 수령했고, 정확히 31일 0시가 되자 구치소 직원들이 인사를 하고 퇴실한 후 경호실 직원들이 병실을 경호하기 시작했어요. 구치소 직원들이 병실을 떠나고 나서야 비로소 내가 석방되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어요. 경호실 직원 중에는 예전에 얼굴을 본 직원도 있어 반가웠어요.

목차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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병실을 떠나며

병실에 혼자 남게 되자 갑자기 병실이 넓어진 것처럼 느껴졌어요. 다음 날부터 가끔 병원 복도로 나와 걷기도 하면서 체력을 회복하려고 노력했지만, 당시의 내 몸 상태로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었어요.

회복과 귀가

건강을 어느 정도 회복해 병원 밖으로 나오게 된 것은 2022년 3월 24일이었어요. 이날 오전 8시30분쯤 남색 코트를 입고 나갔어요. 공교롭게 5년 전 구속 때 입었던 것과 같은 옷이었어요. 어떤 사람들은 특별한 의미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궁금해하는데, 사실은 입을 수 있는 옷이 그것 하나밖에 없었어요.

병원 밖으로 나서며

현관을 나서자 카메라 플래시가 쏟아지면서 환호성과 함께 “대통령님 사랑합니다” “힘내세요” 같은 격려 목소리가 쏟아져 나왔어요. 탄핵 이후로는 처음 느껴보는 분위기였어요. 병원 측 안내를 받아 나온 반대편 쪽에는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,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, 김재수 전 농림축산부 장관 등 재임 당시 같이 일했던 인사들과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, 서상기 전 의원 등이 있었어요.

2022년 3월 5일 대선 사전투표에서도 이 옷을 입고 투표장에 갔었어요. 3월 24일 오전 삼성서울병원 20층 병실에서 나와 현관까지 가는 길은 내 평생 잊기 어려운 장면이었어요. 거대한 병원 안은 의사, 간호사 등 의료진과 환자, 그리고 보호자들로 가득 메워져 있었어요. 그들이 나를 바라보면서 반갑게 손을 흔들어주는 따뜻한 모습에 나는 마음이 편안해졌어요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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